2024. 9. 18. 0:20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함.
부모님이 미리 다녀가신 덕분에 추석 당일 딱 하루 쉬는 집사람과 오랜만에 전시회 데이트를 다녀왔다.
급하게 뭐 할까 검색해 보니 마침 뭉크 전시회가 추석맞이 특가 이벤트를 하고 있길래 냅다 예매함.
>>> 티켓 2매+대도록 1권 44% 할인해서 오만원! 사실상 대도록 1권에 2인 무료입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완전 혜자잖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전시중인 이번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은 그 기간이 9월 19일까지였다.
완전 끝 중의 끝... 뭉크전 하는 줄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네.
인터파크 리뷰 분위기와 달리 추석 당일 오전에 가서 그랬는지, 전시회 막바지라 그랬는지 대기줄도 없었고, 줄을 안 서도 되는 구역에서도 자연스럽게 줄을 서는 매너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그 사이에 섞여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휴대폰 촬영이 가능한 전시라 서로 불편한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마지막 관에서 유화를 손으로 만져보려 하는 아저씨 딱 한 명을 본 것을 제외하곤 기분 좋게 보고 나왔다. 아니 당신 부인이 만지지 말라는데 안 만진다면서 왜 자꾸 손으로 누르려 하시나요? 안 만질건데 손가락을 왜 가져다 대냐고요... 원하고 또 원한다 노키즈존 따위가 아닌 노진상존... 진행요원 앞인데도 참 대단한 분이었음. 안 말리는 진행요원도 대단했지만.
촬영 가능한 전시에 가면 오롯이 감상에 집중하고픈 마음과 작품마다 사진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입장 전 굿즈샵에 쌓여 있던 대도록 두께를 보니 많이 찍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특별하게 인상 깊었던 작품들 몇 가지만 찍고 작품 질감이나 붓자국의 방향을 열심히 들여다보는데 집중했다.
다행스럽게도 나중에 대도록을 받아 보니 전시에 나온 모든 작품이 담겨 있었고 전시 내용 및 평론도 상세히 적혀 있어서 기대 이상이었다. 전시의 여운은 물론 기억 보정마저 완벽하게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은 넉넉한 두툼함... 지불한 값이 아깝지 않았음.
판화도 이렇게 뭔가 데생같은 느낌이 들게 찍혀나온 작품들이 더 눈에 담기는 편이었고.
특히 이런 식으로 과감한 선으로 표현된 유화. 그림 속 너머 실제적인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무척 좋더라고.
아마도 가장 유명한 뭉크의 작품.
실제로 보니 굉장히 작아서 놀랐다. 이렇게 작은 작품이 그렇게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니.
당대의 시대상이라지만 요즘 시대에 견주어 보아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조금 서글프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연휴 끝 이딴 생각 한 노비 반성 좀...(...)
이 작품과 함께 있던 해변의 두 소년이 인상 깊었는데, 인체의 굴곡을 따라 강한 터치가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살성과 뼈대가 그려지며 실사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무척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진으로 담지 않았는데도 꽤 생생하게 기억되는 이유.
= 그것은 아마도 월요일이 아닐런ㅈ...(그만해)
실물로 가장 보고 싶었던 마돈나.
같은 듯 다르게 찍어낸 판화 종류가 많았는데 마지막 전시관에서 유화 채색본을 영상으로만 본 것이 아쉽다.
클림트의 키스와는 무척 다른데도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신기했던 뭉크의 키스.
뭉크의 만남은 필연적인 이별에 수렴되며, 여성은 이로 인해 해방감을 느끼고 남성은 실패와 좌절을 느낀다는 해석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화사하게 묘사되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오히려 그 부분에서 끝없는 갈구함을 엿볼 수도 있지 않나 싶었다. 비록 그가 생각하는 만남의 끝은 이별이며, 사랑의 결합이 서로의 개성을 무너트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기껍기에 한 덩어리가 된 키스를 그려낼 수 있었고,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 같아도 끝끝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이 탄생한 것처럼.
오랫만에 전시회를 다녀오니 일상 외의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작은 틈 한 조각을 꺼내본 것 같아 좋았다.
전시가 내일 모레면 끝나기 때문에 특별한 정보를 줄 순 없겠지만 나중에 한 번씩 생각날 때 다시 열어볼 수 있게끔 적어보았다.
근데 왜 목요일에 끝나는거지?... 기왕 하는 거 주말 딱 채우는게 깔끔하지 않나?
굿즈 사진을 일일히 찍어오진 않았다.
...라기엔 그래도 제법?...
이 외에 종이포스터, 아크릴자석, 패브릭포스터, 파우치 등이 있었다.
A3 포스터 옆에 놓으니 두툼한 대도록이 왜 이리 깜찍해 보이는가.
포스터는 이렇게 친구가 준 액자 속에 담아보았다.
컴퓨터 할 때 바로 옆에서 가까이 볼 수 있어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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