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언니가 대구 간송미술관 가고 싶다길래 "그럼 가면... 되지!!" 하고 갑작스럽게 결정하고 출발한 대구 여행.
학생 시절 대구 하면 서울에 올라오는 맛집의 본고장이란 이미지+막창 성지란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당연히 첫 식사는 막창으로 정했다. 예전에 친구랑 둘이 수성못 앞에서 우아하게 호수를 바라보며 생막창을 뒤집던 추억이 생각나 검색해 봤는데 못 찾겠더군; 없어진 걸까... 그래서 요즘 대구 3대 막창이라는 구공탄막창에 가기로 의기투합함. 심지어 숙소도 주차+막창집 도보 10분으로 검색해서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 예약한 여자들... 휴 숙소 장난 아니었는데 그건 다음에 쓰고.(...)
아참 그리고 대구 3대막창은 내 의견이 아닌 검색 결과니까 다양한 의견을 받습니ㄷ...(...?)
서울 강동구에서 17시 조금 모자라게 출발해서 대구 숙소에 도착하니 21시 조금 모자란 시간이었다.
막창에 와인을 곁들이면 기분이 끝내주기 때문에- 출발 전 미리 전화 문의를 드렸는데 콜키지 가능(2만 원)하고 와인 가져올 거면 잔 준비해 준다는 답변을 받아 신나서 숙소에 짐 풀자마자 무쿠자니 한 병 꺼내 들고 달리다시피 걸어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쫌 돌아버린 줄 알았을 듯. 한밤중에 웬 와인병을 둘러멘 여자가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스쳐 지나갔을 테니;
밤 아홉 시 반쯤인데도 대기인원이라니 싶어 기함했지만 다행히 체감상 10분 안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작은 숯불 앞에 차려진 기본찬.
학창 시절 대구 막창의 막장은 노란색이었는데 기억과 살짝 다른 모양새라 조금 서먹했다.
그러나 장이 초면인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코키지에 대해 점원분과 대화하며 발생했다.
기세 좋게 돼지 막창 3인분을 시키고 잔과 와인 오프너를 달라고 했더니 없대.
잔은 맥주잔 주면 되는데 오프너는 직접 갖고 와야 한대.
ㄴㅔ?
여기서 잠시 콜키지의 뜻을 보고 가자.
매장에서 제공하지 않는 와인을 가져가서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 허용이 된 상태에서 마실 수 있게끔 서비스 차지로 받는 것이 콜키지인데, 막창집에서 관리하기 힘드니 와인잔까진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와인 오프너는 구비하고 있을 줄 알았지. 없으면 2만 원 내라고 하면서 오프너는 갖고 와야 한다고 안내해 주던가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황당해서 전화로 여쭤봤을 때 잔을 준비해 주신다고 하길래 당연히 다 있을 줄 알았다고 했더니 많아야 손님들 1년에 한두 번 와인 갖고 오시는데 오프너도 다 직접 갖고 오신다며 되레 더 황당해하신다. 뭐 이런 경우가 있나...
그래도 먼 길 맛있는 거 먹으러 온 마당에 기분 상해봐야 나만 손해니 알았으니 됐다 하고 맥주를 시켰다.
근데...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내가 대구식 유머를 몰라서 그런데 이거 웃자고 한 거 맞겠지?
처음에 맥주병만 주시고 병따개가 없길래 병따개 달라 말씀드렸더니 점원분이 오셔서 테이블 끄트머리에 맥주병을 대며 여기다 대고 따면 된다고 하며 날 쳐다보는데 진짜 내 얼굴에서 웃음이 싹 사라지더라. "저 그거 못 해요." 하고 쳐다보니 심지어 거기다 대고 따서 됐지? 하는 듯이 건네주는데 진짜 어이없어서... 다른 직원분이 바로 병따개 주고 가시긴 했는데 이거 웃자고 한 거면 안 웃기고 불쾌하니까 다른 고객에겐 하지 마시길. 와 진짜 다시 생각해도 헛웃음만 나옴. 장난하나?
열받는 건 다들 말투는 친절하고 얼굴은 웃고 있으니 이게 놀리는 건지 재미있으라고 그러는 건지 판단이 어려웠음.
막창은 나왔지 맥주는 땄지- 따지기도 애매하니 그냥 먹자고 둘이 앉아 있는데 어이없는 웃음만 계속 나눴다.
막창은 초벌 해서 나오기 때문에 얇은 부분은 바로 먹어도 되고 나머지는 취향껏 익혀 먹으면 된다.
이거 하난 맘에 드네, 빨리 먹고 나가야지.
사진 찍은 게 아까우니 더 올려본다.
막창은 맛있어서 더 분했음... 그래서 맥주도 세 병 마셨고 막창도 추가했고 새우구이까지 먹고 왔다. 짜증 나~~
새우구이 맛있긴 했는데 막창만 드시길... 배불러서 그랬는지 부드러운 막창 대비해서 그랬는지 뻑뻑해서 조금 후회함.
후회하면서도 두 점 남기고 다 먹어서 할 말은 없음. 아무튼 그랬음...
이렇게 대구의 첫날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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